2014년 3월 7일 금요일

대학살의 신(2012)


 로만 폴만스키 감독의 대학살의 신을 보았네요.

 영화 전체에서의 등장인물이 네명 뿐이고, 80분의 러닝타임속에서 주(主)가 되는 공간은 단 한군데 뿐이라는 설정은 맨프롬어스를 떠오르게 하더군요. 전작인 '피아니스트'에서 전후의 혼란한 상황을 세심하게 연출해 낸 로만 폴만스키는 차,포 때고 두는 장기도 역시나 능수능란 하더군요.

 로만 폴만스키는 빡빡한 연출과 특유의 리듬을 부여해 자칫 지루할수 있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연출에 있어서는 특별히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기는 합니다.

 아마 이 작품에 가장 큰 매력은 각본일 것입니다. 신선하니 새로운 각본이란 뜻은 아닙니다. 또한 대사의 양이 방대하지만, 그들이 내뱉는 말 하나하나에 주목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파국으로 달려 나가기 위한 수단일 뿐이니까요. 그리고 주인공들이 내뱉는 말들의 속뜻이 정반대를 뜻하고 있는데, 이렇듯 교양속에 숨겨진 위선을 드러내는 방식이 묘한 재미를 이끌어 냅니다. 결말에서도 첫장면과 오버랩되서 소소한 미소를 짓게 하고요.

 이 영화는 가장 편안하고 통쾌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서로의 교양을 점철되는 장면이 아닌, 이성의 끈이 풀어져 버리는 장면인데, 이것이 얼마나 모순적이며 흥미롭습니까.

 아참, 주연배우들이 무척이나 화려합니다. 케이트 윈슬렛과 존 C.레일리도 부족함이 없지만, 조디포스터와 크리스트프 왈츠가 정말인지 훌륭합니다.


★★★★ - 때때로 교양은 얼마나 위선적이며 역겨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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